상편에서 이어집니다.
※ <칠흑의 반역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번 주에 이어서 <파이널 판타지 14> 현지화 팀 인터뷰 하편을 보내드립니다.
이번에는 <FFXIV>의 세계나 캐릭터의 현지화, 독특한 문화적 뉘앙스를 현지화하는 도전 등에 대해 파고듭니다!
[인터뷰이]
─ 캐서린 퀴나 (Kathryn Cwynar) a.k.a 케이트 // 세계 설정 지원 & 영어 번역가
─ 피에르 파스키에 (Pierre Pasquier) // 프랑스어 번역가
─ 다비드 페르만 (David Fehrmann) // 독일어 번역가
─ 시오다 마키 (塩田 麻希) // 현지화 프로젝트 매니저
어떤 RPG든 NPC의 대사가 굉장히 많은데, <FFXIV>는 규모가 커서 대사 양도 방대할 것 같습니다. 대사를 관리할 때는 무슨 툴을 쓰나요?
케이트 (영어) : 다행히도 저희가 쓰는 번역 툴은 검색을 캐릭터 별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의 일관성을 지키려면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 대사를 쓴 후에는 그 캐릭터에 대해 조사하고, 과거에 쓴 대량의 텍스트를 확인해서 어떤 말투인지를 떠올립니다. 만약 그 캐릭터를 과거에 다른 사람이 담당했다면, 당시 담당자에게 부탁해서 잘못된 번역이 없는지 확인받습니다.
NPC 중에 재밌게 여기는 캐릭터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피에르 (프랑스어) : 번역가 관점에서는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마그나이, 아사히, 에메트셀크라던가. 게임 내에서는 세계 설정이나 줄거리를 플레이어에게 세세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이런 개성적인 캐릭터의 대사로 전달하는 게 플레이어 여러분도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에메트셀크를 좋아합니다. 그가 아씨엔으로서 가진 성격과 이에 포함된 감정 등을 종합했을 때, 어떤 캐릭터와 비교해도 가장 인간미가 느껴집니다. 또, 알피노나 포르돌라처럼 줄거리를 진행하는 동안 경험을 쌓아 성장하는 캐릭터도 좋아합니다.
다비드 (독일어) : 인간적으로, 그 인간성에 최고의 결함을 지닌 에메트셀크 외에도 저는 엘리디부스를 좋아합니다. 대사나 텍스트 상의 연출은 물론, 그 캐릭터에 이입해서 약동감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독일어 성우분의 연기가 최고입니다! 엘리디부스는 모험가에게 있어 무척 강한 악역입니다만, 내적인 갈등을 품었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고,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행동하는 캐릭터입니다.
케이트 (영어) : 캐릭터에게 가진 애정은 번역하는 즐거움으로 반드시 이어집니다! 다들 그렇듯이 저도 에메트셀크를 존경합니다. 저는 5.0 메인 스토리 번역에 깊게 관여하지 않았지만, 칠흑비화 중 <종막을 바치다> 편의 영어 번역을 맡았을 때 정말 기뻤어요. 에메르셀크는 모두로부터 사랑받고 있네요.
저는 허당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5.0부터 등장한 지오트는 그중에서 1등에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우호 부족 퀘스트에 등장한 깨달음을 얻은 나마즈오 교신, 세이게츠 등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허당'보다 '바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미묘한 즐거움을 영어로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제 기쁨입니다. 1
NPC라고 하니, <FFXIV>에는 다양한 방언을 쓰는 캐릭터도 있네요. 캐릭터의 어조나 어미 등 '일본어만이 가진 특징'을 어떻게 해도 다른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말투는 어떻게 번역하나요?
케이트 (영어) : <FFXIV>는 판타지 게임이라서, 방언을 다루는 것도 간단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언을 넣는 게 목적이므로 현실 세계의 문화적 제한을 의식할 필요 없고, 각각의 캐릭터가 쓰는 방언을 넓은 시야에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번역할 때는 일본어 말투의 특징을 관찰합니다. 그 캐릭터가 어디에서 왔는지, 기원은 무엇인지, 어떤 분류로 나눌 수 있는지 등을 보며, 이 사람이 영어를 쓴다면 어떤 배경과 어떤 성격을 가질까, 어떤 단어로 이야기할 것인가 등을 생각하려고 합니다. 'verily' 같은 문학적인 단어를 쓸까? 아니면 간단히 'very' 같은 단어를 쓸까? 단축어를 많이 쓸까, 문장의 길이는 어느 정도일까? 자주 하는 제스처나 단어가 있을까, 그건 그 사람이 자란 환경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사람 자체의 성격일까? 내성적일까? 솔직할까? 길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까? 같은 걸 관찰해서 결정합니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이야기할 때의 버릇과 특징을 고안해야 할 경우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고안하지만, 수인족이 쓰는 말투는 종족별로 규칙을 고려해야 해서 더 복잡합니다. 일부 수인족은 일본어 표현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모그리가 어미에 "쿠뽀"를 붙이면 귀엽죠? 하지만 영어로 번역할 때 '어미에 각각 다른 두 음절이 붙는 말투'로 대응하면, 이는 개성으로 여겨지기 어렵고 모든 수인족이 같은 말투를 쓰는 것처럼 간주되고 맙니다. <FFXIV>처럼 다양한 수인족이 있는 게임에서 같은 말투를 쓰고 있으면 위화감이 들고, 일본어 원문과 다르게 부족마다 각 부족이 가진 특징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영어로 번역할 때는 일본어의 어미에 붙어 있는 특징적인 소리에 착안해 궁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하긴은 "쉬잇" 하는 소리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이런 특징을 보며, 영어 번역에서는 [sh] 소리가 날 때 길게 발음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사하긴은 지상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Shorewalker(무지느러미)'라고 부르는데, 영어 번역에서는 [Shhhorewalker]로 발음합니다.) 나마즈오의 경우 어미에 "뻬"가 붙으니, [p]라는 소리가 문장에 붙었을 때 생기는 어색함이나 고양감에 착안해 영어로는 "Yes, yes!", "No, No!"처럼 퉁명스러우면서도 열광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2
이런 방침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읽기 쉬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성을 너무 중시한 나머지 읽기 어려워지지 않도록, 가능한 한 간단한 표현을 씁니다.
다비드 (독일어) : 독일어 번역은 사투리보다 목소리 톤을 중시합니다. 일본어 원문을 한 단어씩 충실하게 번역하지 않고, 영어 번역처럼 캐릭터의 체격이나 사회적 지위, 문화적 배경에 맞는 말투를 생각합니다.
드워프... 칠흑의 반역자에서 등장한 드워프족이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드워프는 특별한 인사를 하거나 (라리호!) 바깥 세계의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특정 단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드워프식 수염을 기르지 않은 사람을 'Bartlose'라고 부릅니다.) 드워프족의 문화는 광산업과 공업으로 구성됐고, 맛있는 식사와 연회를 즐기며, 성별과 상관 없이 가짜 수염과 특징적인 투구를 지녔고, 경쟁 부족과 대립하면서, 밝고 긍정적인 성격입니다. 독일어판은 이 같은 성격을 고려해 내용에 반영했습니다!
피에르 (프랑스어) : <FFXIV>의 수인족 대부분은 <FFXI>에 나오는 수인족을 반영했으므로, 일부러 같은 말투를 쓰게끔 한 것도 있습니다. 새로운 수인족이라면 케이트나 다비드가 한 설명이랑 똑같은데, 캐릭터가 가진 특징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단, <FFXIV>는 실제로 음성이 나오는 장면도 있으므로, 신경 쓰거나 고쳐야만 하는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판의 미코테는 [r] 발음을 혀를 내두르는 방식으로 표현하는데, 성우분에 따라서는 발음이 어려워서 이와 같은 특징을 줄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자연스럽게 통하는 개념을 그대로 타 언어로 바꾸면, 다른 문화권의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현지화하나요?
케이트 (영어) : 이야기를 번역할 때 좋은 점은, 줄거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번역의 접근 방식은 각각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제가 번역한 한 장면에서는 어떤 등장인물이 상대에게 "'씨'를 떼고 이름으로만 불러도 될까요?"라고,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말했습니다. 영어는 일본어 같은 경칭을 전혀 안 쓰니, 다른 표현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영어로는 "나도 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우리가 팀이 되는 건 어떨까요?"라고 부탁함으로써 일본어 원문처럼 친해지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했습니다.
또, 동쪽 나라처럼 명확하게 일본풍이라면 일본어 단어를 그대로 쓸 때도 있습니다. '미코시(가마)', '핫피(옷)'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면, 일본 축제 이미지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함으로써 나마즈오의 축제를 더욱 즐길 수 있습니다! 찾아보지 않더라도 "오, 왠지 일본 문화 같아!" 하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게임 내 분위기나 모습을 보면 의미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데, 인터넷이 익숙한 현재는 20년 전에 비해 음역(발음 그대로 철자로 옮기는 것)의 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플레이어가 혼란에 빠질 수 있지는 않은지, 일본어 원문이 의도한 내용을 모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에는 주의합니다.
피에르 (프랑스어) : 확실히, 그건 현지화라는 작업의 심장이네요. 아무리 문화가 다르더라도 문장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픽은 다른 문제입니다. 최근 패치에 술에 취한 드워프족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원래 술에 취한 모습을 연출하고자 눈을 '3' 모양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등에서 눈이 풀린 모습을 연출할 때 일반적으로 '3' 모양을 쓰는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해외 플레이어는 이런 표현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개발진에게 눈이 빙빙 도는 모습을 제안했습니다.
'핫피' 같은 일본어 단어를 그대로 영어판에서도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는데, 일본만의 기술 이름(인술, 거합술 등)도 그렇지요. 반대로 '인빈시블(Invinsible/천하무적)'을 '할로우드 그라운드(Hallowed Ground)'로 바꾸는 등, 그대로 통할 것 같은 말을 바꾸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언어로도 그런 예시가 있나요?
케이트 (영어) : 일본어 가타가나 이름과 현지화한 영단어가 다른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요시다 PD가 생각하는 <FFXIV> 현지화는 "모든 언어의 플레이어에게 동등한 체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따라서 일본 플레이어가 멋지게 여기는 이름이라도, 그대로 영단어로 옮겼을 때 영어권 플레이어가 "흠, 일본에서는 이걸 멋있다고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면 방침을 어기게 됩니다. 일본인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외국어 단어를 보면 "왠지 멋있다!"라고 생각하겠죠. 미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유행했을 무렵, 일부러 '카와이이'나 '네코' 같은 일본어를 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런 단어는 일본어를 제1언어로 쓰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말로 여겨지지 않고, 어법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접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영어로 번역할 때도 필요에 따라서는 원문과 다른 이름을 짓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경우에 따라 저희가 먼저 영어 이름을 생각하고 그걸 일본어로 옮기기도 합니다. 이러면 영어권 플레이어도 멋진 이름을 접하게 되므로 해결! 돼야 하지만 그 단어가 일본 플레이어에게는 직관적이지 않거나, 가타가나로 옮겼을 때 의미 없는 랜덤 문자열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본 개발진이 "멋진 영단어긴 한데, 못 쓸 수도 있다..." 하기도 합니다. 물론 영어 명칭과 전혀 달라지지 않도록 담당자와 사전에 상의합니다. 일본 개발진은 저희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주시니까 너무 깊게 고민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일본 플레이어도 알기 쉽고, 영어권 플레이어도 멋지게 여기는 걸 찾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일본어판과 영어판이 다른 명칭을 쓰게 되는 것입니다.
피에르 (프랑스어) : 프랑스어 기술 이름은 없지만, 원형이 프랑스어여서 혼란을 피하고자 다른 이름을 쓴 적이 있습니다. 예시 중 하나가 무도가 특성 '에스프리(Esprit/정신)'입니다. 프랑스어판에서는 이 단어를 이미 캐릭터 능력치인 '정신력(MND)'으로 써 뒀기 때문에, 이 자리에 'Fascination(매력)'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주 있는 문제가, 일본어는 어떤 언어의 어떤 조합이든 이름으로 쓸 수 있는 언어지만 게임 사양상 스킬 이름은 반드시 특이해야 합니다. 그럼, 같은 단어가 일본어로 두 번이나 나올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플레임 소드'와 '불의 검' 등) 그럴 때는 동의어나 같은 요소를 가진 다른 이름을 쓰는데... 일본어판에서는 똑같은 의미를 가진 다른 언어를 쓰면 해결되지만, 프랑스어 하나로는 이것에 대응하는 게 힘들고, 쓸 수 있는 용어도 바닥이 나는 중입니다! (일본은 한국보다도 일상에서 외래어를 자주 쓰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않아서 번역이 어렵다는 이야기)
지금까지 기본적인 번역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특히 잘 번역했거나 고생했던 경우가 있습니까?
피에르 (프랑스어) : 게임에서는 잠깐 나온 말이지만, 한 가지 좋아하는 문구(욕설)가 있습니다.
“Bons Dieux de bon sang de bordel de bombo en bois!” (의역 : "열두 신 맙소사, 이런 봄처먹을 경우를 봤나!")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대충 말하자면 "빌어먹을" 같은 의미인데, '열두 신'이나 '봄' 같은 말장난도 들어가서 <FFXIV>의 세계관이 듬뿍 들어간 욕설로... 프랑스 플레이어에게는 명대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고생한 번역이라면, 최근에는 픽시족의 독특한 말투가 있네요. 설정상 픽시족은 성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2.0에 등장한 실프족은 성별이 남성과 중성으로 나뉜다는 설정인데, 픽시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 봤습니다. 먼저 떠올린 건 픽시족만 사용하는 가공의 말을 만들어서, 이를 통해 픽시족의 성별을 애매하게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픽시족만의 말'을 들은 플레이어 캐릭터나 다른 세계의 주민이 그 말에 의문을 품고 무슨 뜻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단지 프랑스어 번역을 위해 그런 장면을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픽시족이 자기 자신을 설명할 때 성별을 특정하는 말을 안 쓰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줄거리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픽시족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에 도달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그 발상을 채택했습니다만, 문법을 궁리하거나 독특한 용어를 선정하면, 프랑스어로 된 문장을 무너트리지 않고 올바르게 유지하는 게 무척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케이트 (영어) : 언젠가는 이런 전례를 만들고 싶었으므로 (그리고 이 내용이 훗날 우리를 돕게 되었습니다!) 성별을 정의하지 않는 종족으로 설정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한 건 후회하지 않지만, 다른 언어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게 되자 정말로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현지화 팀 여러분이나 이벤트 팀(세계 설정이나 줄거리 담당자)이 기꺼이 협력해 주셔서 매우 감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번역은, 줄거리와 캐릭터를 깊게 생각한 결과, 일본어로 플레이하든 영어로 플레이하든 똑같은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 점에서는 패치 5.0에 공개된 힐러 역할 퀘스트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퀘스트 마지막에, 매우 감동적인 장면에서 강조되는 대사가 있습니다. 일본어로는 아름답고 서글픈 마음이 감도는 분위기입니다만, 영어로 직역하면... 왠지 서투르고 분위기 깨는 문구가 될 우려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때 꽤 긴 시간 동안 궁리를 거듭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영어 번역은 분위기나 감정을 무척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자랑스럽습니다.
일본어 → 한국어 (공식 번역) |
일본어 → 영어 → 한국어 (비공식 번역) |
아르버트... 미덥지 못했지만... 하지만 한결같고, 포기할 줄 모르고... 그저 다정하기만 한 당신을, 나는... |
아르버트, 이 고집 센 멍청이. 다정한 사람. 네가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결코 알 수 없겠지... |
패치 제목이 단순히 일본어 직역이 아니라 언어마다 다르기도 해서 재밌습니다. 특히 패치 3.1 <빛과 어둠의 경계>가 영어로는 <As Goes Light, So Goes Darkness>로 번역돼서 좋았습니다. 패치 제목은 어떻게 정하나요? 문화권에 맞춰 패치 내용을 떠올리기 쉽도록 번역한다던가?
케이트 (영어) : 사실 일본어 제목과 영어 제목은 동시에 정합니다. 우선 각 패치의 메인 시나리오 라이터분이 줄거리의 개요를 공유해 주십니다. 이야기의 요점, 등장인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일본어 제목 시안 몇 가지도 포함됩니다. 이를 토대로 영어 현지화 팀 내에서 좋은 번역안이 나올 때까지 브레인스토밍을 거듭해, 일본어 제목에 맞춘 테마나 키워드를 반영해서 만든 시안 몇 가지를 전달합니다.
그렇게 나온 번역 중에는 일본어 원문에 가까운 게 있는가 하면, 어떤 건 아예 달라집니다. 왜 이 단어를 사용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을 덧붙이거나, 제안한 영어 제목을 일본어로 직역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시안을 요시다 씨께서 확인하고 의견을 내 주시면, 전원이 찬성할 수 있을 때까지 일본어와 영어를 나란히 두고 계속해서 논의와 브레인스토밍, 그렇게 일본어 · 영어 제목을 동시에 결정합니다. 이 방식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현지화 과정과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플레이어 여러분이 두근두근할 수 있는 제목으로 만들고 싶다! 고 생각해서 결정했습니다.
피에르 (프랑스어) : 패치와 확장팩 제목은 일본어와 영어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어로 번역된 패치 제목이 등장하는 건 특설 사이트에서 한 번뿐이고, 프랑스어로 번역된 퀘스트 이름이 등장하는 건 메인 스토리에서 한 번뿐입니다. 이 경우에도 영어 원문으로부터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의미를 파악합니다.
행사 때 같이 요시다 씨를 비롯한 개발진의 말을 통역할 때도 있는데, 이때 궁리하는 점이 있나요?
다비드 (독일어) : 게임 내 번역과 다르게 가능한 한 일본어를 충실히 번역하려고 합니다. <프로듀서 레터라이브>는 메세지를 올바르게 전달하도록 정성스럽게 문구를 몇 번이나 붙여가며 편집해 원문을 충실하게 옮기려고 신경씁니다.
피에르 (프랑스어) : 정확한 의미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심정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그 말을 읽는 사람의 심경을 상상하고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건 물론 게임 내에서도 항상 하는 일이지만, 게임 개발과 관련된 문장이나 플레이어를 향한 인사를 번역할 때 특히 의식하는 점입니다.
케이트 (영어) : 이런 메세지를 번역하다 보면 "내가 지금 나보다 높은 사람의 말을 오역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생기기 쉬운데, 메세지의 온도감은 인간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개발 측면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요시다 씨의 분위기 그 자체나 프로 의식, 소켄 씨(사운드 디렉터)의 친절한 분위기, 음악 전문 지식 등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FFXIV>를 플레이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메세지를 남겨 주실 수 있을까요?
피에르 (프랑스어) : 플레이어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FFXIV>를 최근에 알게 된 분이 있는가 하면, 1.0부터 플레이해 오신 분, 또는 <FFXI>부터 해 오셨던 분도 분명히 계실 겁니다. <FFXIV>는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만큼 넓고 풍부한 세계로 성장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FFXIV> 프랑스어판을 두고 무언가를 제안하고 싶거나 의견을 내고 싶다면 포럼의 피드백 게시판을 사용해 주세요. 당장은 대답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곳에 올라온 모든 메세지를 읽고 당신의 의견을 참고합니다!
마지막으로, <창천비화>, <홍련비화>, <칠흑비화> 등 게임 내에서 소개되지 않은 이야기가 1년에 한 번씩 로드스톤에 추가되어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혹시 모르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니, 게임의 줄거리를 좀 더 깊게 파고들고 싶으신 분들은 꼭 확인해 보세요.
다비드 (독일어) : 몇 번 말한 적 있지만, 현지화에 관심을 가지고 공식 포럼에 오류를 제보해 준 플레이어 여러분께 재차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매일매일 감사하며, 포럼을 보며 최대한 많은 오류를 수정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개발로 바빠지는 주기에는 답변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모든 제보에 답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HANK YOU!
케이트 (영어) : 피에르와 다비드가 말한 것처럼 저희도 <FFXIV> 레딧은 꼭 확인하고, 가끔 트위터로도 플레이어 여러분의 반응을 보니까, 재밌던 대사나 감상을 꼭 올려 주세요! 저희의 격려로 이어집니다. 많은 분들이 줄거리와 세계 설정, 나아가서 현지화 자체에 흥미를 가져 주셔서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게임에서 또 만나요!
시오다 (프로젝트 매니저) : 플레이어 여러분, 언제나 <FFXIV>에서 즐겨 주시고 현지화 팀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은 <FFXIV>에서 언어를 바꾸는 법을 알고 계신가요? 자신의 언어로 들은 컷씬이나 전투를, 지금까지 접한 적 없는 언어로 듣는 날을 정해 보는 건 어떤가요? 캐릭터 설정에서 컷씬 음성을 간단하게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바꿀 수 있으니까, 연 1회 영어 데이, 프랑스어 데이, 독일어 데이를 꼭 만들어 보세요! 물론 모두 같은 <FFXIV>의 세계지만, 각 언어의 원어민이 봐도 위화감 없이 현지화했으므로, 새로운 <FFXIV>의 세계가 반드시 보일 겁니다!
앞으로도 번역가분들의 열정을 식히지 않고 그대로 플레이어 여러분께 전달할 수 있도록 궁리와 분투를 거듭하겠습니다! 다음 업데이트도 꼭 즐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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